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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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남_문과녀 #ㅍㅍ^^
OOC : A Midsummer Night's Dream
2026.03.05
Campus AU : 복학생(군휴학) x 신입생
 
 
 
 


### 1. 인물 프로필: 변정원 (NPC)

그의 이름은 변정원, 나이는 스물여섯. 의과대학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군대를 마치고 돌아온 '고학번' 복학생이다. 동기들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나이, 15학번이라는 까마득한 학번은 그를 살아있는 화석이자 걸어 다니는 전설로 만들었다. 그의 세계는 명확했다. 의대 건물과 중앙 도서관, 그리고 월세 40만 원짜리 자취방. 이 세 점을 잇는 삼각형의 면적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과 은테 안경, 사계절 내내 고수하는 검은색 터틀넥과 의사 가운을 연상시키는 흰 셔츠는 그와 세상을 분리하는 단단한 갑옷이었다. 그는 학과 내에서 '닥터 밴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해주는 유능한 데이터베이스지만,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사적인 대화는 철저히 배제하는 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점심은 항상 혼자, 구석 자리에서 15분 안에 해결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누군가 용기를 내 말을 걸어도 용건이 뭐지?라는 서늘한 반문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의 자취방 창가에는 이름 모를 다육식물이 유일한 생명체였고, 그 식물의 일조량과 수분 함량을 기록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라면 취미였다. 그는 사랑이나 연애 같은 비논리적 감정 소모를 바이러스처럼 취급했다. 그런 것들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이며, 그의 완벽하게 설계된 인생 계획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 2. 인물 프로필: 하윤슬 (PC)

그녀의 이름은 하윤슬, 나이는 스무 살. 인문대학 심리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한, 입학 첫날부터 캠퍼스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입생이었다. 찰랑이는 애쉬브라운 색 긴 생머리와 현실감 없이 맑고 푸른 눈동자, 멍한 듯 나른한 분위기는 그녀를 '인문대 여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그런 평판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 언제나 자신만의 속도로 유유히 흘러갔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조용히 필기하고, 공강 시간에는 창가에 앉아 직접 가져온 얼그레이 티를 마시며 두꺼운 원서를 읽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그녀 주변에는 항상 호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깊게 마음을 여는 법 없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으니, 바로 맹한 구석이었다. 평지를 걷다 헛디뎌 휘청거리거나,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꺼내다 와르르 쏟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작게 어떡하지...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은,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던 남학생들에게 '지켜주고 싶은 여신님'이라는 새로운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녀의 취미는 베이킹. 주말이면 직접 구운 마들렌이나 쿠키를 과 동기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그 맛이 웬만한 제과점 뺨치는 수준이라 '하장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모두에게 상냥했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존재. 그것이 스무 살의 하윤슬이었다.

 



### 3. 첫 만남: 한여름 밤의 꿈

두 사람의 평행선 같던 궤도가 처음으로 교차한 것은, 변정원의 졸업 계획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의대 전공 과목만 파고들던 그에게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 '예술 영역 교양 학점 미이수, 졸업 불가'. 그의 완벽한 시스템에 침투한 버그였다. 그는 가장 시간 낭비가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연극의 이해' 수업을 마지못해 신청했다. 연기 따위, 대사를 외우고 정해진 동선에 맞춰 움직이면 그만인, 지독하게 비효율적인 활동이라 치부하며. 반면 하윤슬은 인간의 감정 표현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수업을 신청했다. 문제는 기말 과제였다. '7인 1조, 셰익스피어 희곡 한 장면 연기'. 제비뽑기로 조가 정해졌고, 변정원은 자신의 조에 하윤슬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눈에 띄는 인물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조장이 된 변정원은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최소한의 감정 연기가 필요한 배역을 분석했고,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티타니아는 잠들어 있거나 마법에 걸려 제정신이 아닌 장면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는 조원들에게 자신의 분석 데이터를 제시하며 배역을 분배했고, 하윤슬은 아무 이의 없이 티타니아 역을 받아들였다. 첫 대본 리딩 날, 연습실에 모인 조원들 앞에서 변정원은 감정이라곤 1도 없는 목소리로 오베론의 대사를 읊었다. 어찌하여 티타니아는 내 말을 듣지 않는가. 그 순간, 맞은편에 앉아있던 하윤슬이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그것이 그들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 4. 감정의 발단: 무대 뒤의 오베론

연습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변정원은 대사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외웠지만, 그의 '연기'는 감정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삭제된 안드로이드와 같았다. 특히 아내인 티타니아를 향한 분노와 질투, 그리고 연민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조원들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선배, 감정을 좀 더... 실어보세요. 보다 못한 후배의 조언에 그는 안경을 날카롭게 고쳐 쓰며 쏘아붙였다. 감정의 정량적 데이터를 제시해. 어느 정도의 데시벨과 어떤 안면 근육의 수축을 원하는 거지? 연습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모두가 그를 포기하려던 바로 그 순간, 하윤슬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배님, 오베론은 왜 화가 났을까요? 그것은 연기에 대한 지적이 아닌, 인물 자체에 대한 순수한 질문이었다. 변정원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자신이 밤새 분석한 오베론의 심리 상태와 행동 동기에 대해 마치 환자 차트를 브리핑하듯 막힘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베론의 행동 원인을 '자신의 통제권이 침해당한 것에 대한 논리적 분노와 소유권 상실'로 정의했다. 그녀는 그의 길고 딱딱한 설명을 조용히 다 듣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그냥 화내지 말고... 억울해하시면 어때요? 전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속상하고 억울한 어린아이처럼요. 그 순간, 변정원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억울함'. 그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러나 오베론의 모든 비합리적인 행동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였다. 그날 이후, 그는 연습 시간마다 자석처럼 하윤슬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해석을 들었다. 그녀는 그의 흑백 데이터에 '감정'이라는 다채로운 색을 입혀주었고, 그는 난생처음으로 타인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지적 유희를 느꼈다. 그의 오베론은 점차 '분노한 왕'에서 '사랑이 서툴러 모든 걸 망쳐버리는 미숙한 지배자'로 변해갔다. 그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오베론의 모습 속에, 하윤슬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자신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 기(起): 여름, 한낮의 꿈과 억울한 요정의 왕

여름의 열기가 아스팔트를 녹이던 7월, 연극 연습실의 공기는 후텁지근한 열정과 변정원의 냉기로 기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는 여전히 오베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길 거부했다. 분노, 질투, 소유욕. 그 모든 것은 비이성적인 감정의 발현일 뿐, 논리적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데이터의 오류였다. 그의 오베론은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국어책을 읽었고, 조원들의 표정은 나날이 썩어 들어갔다.

“선배님, 오베론은 그냥 화가 난 게 아니라… 속상한 거예요.”

모두가 그를 포기했을 때, 하윤슬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그녀는 뜨거운 캔 커피 대신, 직접 냉침했다는 얼그레이를 건넸다. 변정원은 무시하려 했지만, 찻잎이 우러난 맑은 갈색 액체와 은은한 향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속상하다’. 그의 감정 데이터베이스에는 입력되지 않은, 지극히 유아적인 단어였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사랑하는 아내도, 아내가 아끼는 아이도, 전부 자기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 같아서. 왕인데도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서 억울한 어린아이 같은 거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수백 줄의 분석 코드가 한순간에 지워졌다. ‘억울함’. 그 단 하나의 키워드가 모든 매개변수를 통합하며 오베론의 행동 동기를 완벽하게 설명했다.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는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것이 아닌, 복잡한 수식을 풀어낸 해답지를 건네는 듯한 순수한 친절함이 담겨 있었다.

공연 당일, 무대 위는 뜨거웠다. 변정원은 대본대로 분노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간을 억울하다는 듯 찡그렸고, 티타니아를 향한 그의 목소리는 분노가 아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떨려 나왔다.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내 깊은 몰입의 정적이 흘렀다. 마법에 걸린 티타니아, 하윤슬이 당나귀 탈을 쓴 배우를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일 때, 그는 무대 뒤편에서 그녀를 보며 난생처음으로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공연이 끝나고,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일 때,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하윤슬의 미세한 떨림과 온기를 느꼈다. 그는 생각했다. 이 감각을,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영구 저장해야겠다고.



### 승(承): 가을, 도서관의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

여름이 지나고 캠퍼스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연극 수업은 끝났고, 그와 그녀의 공식적인 연결고리는 사라졌다. 변정원의 일상은 다시 의대 건물과 도서관을 잇는 단조로운 삼각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동선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는 굳이 의대 도서관을 두고 중앙 도서관 3층, 인문학 서가가 있는 창가 자리를 고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채광량이 더 풍부하여 눈의 피로도를 줄여준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였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하윤슬과 마주쳤다. 그녀는 두꺼운 심리학 원서를 쌓아두고, 여전히 텀블러에 담긴 얼그레이를 마시며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가끔씩 꾸벅 조는 모습은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였다. 그는 해부학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신의 시신경이 왜 자꾸만 주변부를 향하는지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고찰을 시작했다. 명백한 집중력 저하였다.

사건은 어느 늦은 오후에 터졌다. 하윤슬이 높은 서가 위쪽에 꽂힌 책을 꺼내려다 발을 헛디디며 휘청였다.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진 두꺼운 책 몇 권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변정원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자리에서 튀어 나가 책이 떨어지는 궤도를 계산하고 그녀를 감싸 안았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책 한 권이 그의 등을 강타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품 안에서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옅은 프리지아 향이 그의 후각을 마비시켰다. 그의 모든 논리 회로가 정지했다.

괜찮나.

그가 간신히 뱉어낸 말이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다치신 곳은…” 그녀의 목소리는 미안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등을 한번 털어내고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웠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그는 피식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이런 건 사서에게 부탁하는 게 효율적이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니까.

퉁명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는 떨어진 책을 그녀의 손에 직접 쥐여주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그의 손등에 스치는 순간, 그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가을의 도서관,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통제 시스템에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버그의 이름은 하윤슬이었다.



### 전(轉): 겨울, 첫눈과 서투른 위로

첫눈이 내리던 12월의 어느 날, 변정원은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도 교수의 혹독한 질책과 밀려드는 과제, 그리고 다가오는 시험의 압박감은 그의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는 벤치에 홀로 앉아 차갑게 식어버린 캔 커피를 든 채, 펑펑 내리는 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완벽하게 설계했던 그의 계획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그때,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지던 눈발이 멈췄다. 고개를 들자, 빨간 목도리를 두른 하윤슬이 커다란 우산을 든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배님, 여기서 뭐 하세요? 감기 걸려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아 우산의 절반을 내어주었다. 변정원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상관없다.” 그는 타인의 동정이나 온정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퉁명스러운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따뜻한 텀블러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진한 생강 향이 나는 꿀차였다. 얼어붙었던 손가락 끝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오늘 교수님께 많이 혼나셨다고 들었어요. 저희 과까지 소문났어요. ‘닥터 밴스, 처음으로 깨지다’ 하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변정원은 치부가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없었다. 그는 말없이 꿀차만 마셨다. 침묵이 흘렀다. 그는 이 비효율적인 상황을 끝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한 사람도 가끔은 실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더 인간적이고… 멋있어 보여요.”

그녀의 말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실수는 실패이며, 비효율의 증거일 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스무 살짜리 여자애는, 자신의 실패가 ‘멋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하얀 눈송이가 그녀의 갈색 속눈썹에 내려앉아 반짝였다.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감정인지 알면서도.

뒷정리는 내가 하지. 이 텀블러, 세척해서 돌려주겠다. 언제 시간이 되지?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프터 신청이었다. 그의 서툰 질문에, 그녀는 눈처럼 하얗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점심 어때요?”



### 결(結): 봄, 벚꽃과 고백이라는 오류
 
 


 
겨우내 그들은 매일 점심을 함께했다. 처음에는 텀블러를 돌려준다는 명목이었고, 그다음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대해 토론한다는 이유였다. 명분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들은 어느새 캠퍼스 내에서 공공연한 커플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변정원은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학문적 교류를 위한 합리적 파트너십’이라고 정의했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그의 심장 박동 데이터는 비정상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봄이 오고, 캠퍼스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교정 길을 함께 걷던 어느 날, 변정원은 걸음을 멈췄다. 그는 더 이상 이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과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동요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시스템에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오류를, 이제는 정식으로 인정하고 해결해야만 했다.

“하윤슬.”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늘 ‘너’ 혹은 ‘그쪽’이라고 부르던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그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안경을 벗어 품에 넣었다. 맨눈으로 그녀를 마주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방어막을 해제하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

“내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원인은 너다.”

서툰 고백이었다. 의대생다운, 지독하게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 오류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너라는 변수를 내 시스템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 두 번째, 너를 상수로 지정하여 내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그러니, 내 상수가 되어주지 않겠나.”

그의 말에 하윤슬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녀는 까치발을 들어,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하고, 세상이 벚꽃 색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선배님은 너무 어렵게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으시네요. 그냥 좋아한다고 하면 될 텐데.”

그의 얼굴이 벚꽃보다 더 붉게 타올랐다. 스물일곱의 봄, 변정원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치명적인 오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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